바둑 신성 기하학 - 바둑 우주론
바둑 우주론
바둑의 기원과 관련해서, 바둑판이 역학의 원리로 만들어졌다거나, 천문 연구의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설이 예로부터 있어 왔다. 전자는 역학설, 후자는 천문설이라고 한다.
역학설
바둑판 속에 하도와 낙서를 비롯한 역학의 이치가 들어 있다는 역학설의 대표적인 예는 송나라의 육상산(남송 시대에 주자와 쌍벽을 이루었던 유학자, 1139-1192)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유년시절에 바둑판을 통해 하도낙서의 이치를 깨우쳤다고 하며, 바둑판 속에 역학의 원리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육상산의 주장이 구체적인 그림으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그의 설이 바둑판과 어떤 식으로 매치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바둑판의 분석을 통해 대략 다음과 같이 하도낙서와 바둑판 사이의 상응관계를 추정해 볼 수 있다.
바둑판과 하도
위 그림은 바둑판을 다섯 개의 궁으로 나누고 그 각각에 1-6(수), 2-7(화), 3-8(목), 4-9(금), 5-10(토)의 수와 오행을 나타낸 것이다.
바둑판과 낙서 1
위 그림은 바둑판의 오궁 상태에서 낙서의 숫자들을 배열한 것이다.
바둑판과 낙서 2
위 그림은 바둑판을 구궁으로 나누어 낙서의 숫자들을 배열한 것이다.
바둑판과 팔괘
바둑판에서 중앙의 천원은 태극에 해당되고 천원을 중심으로 팔방위로 펼쳐진 여덟 개의 화점은 팔괘에 해당된다. 위 그림은 복희 팔괘이이다. 문왕 팔괘와 정역 팔괘도 괘의 위치만 바뀔 뿐 바둑판의 구궁도 안에 대응시킬 수 있다.
이밖에도 역학과 관련해 바둑판 상에 간지를 대응시킬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바둑 기원의 역학설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들이라 할 것이다.
천문설
천문설은, 바둑판이 원래 천체를 관측하고 별들의 운행을 표시하는 도구로 사용되었었다는 주장이다. 일설에는 황제의 스승으로 일컬어지는 용성공이 역법歷法에 따라 바둑판을 만들었다고도 한다.
당나라의 임응룡은 <적정록>이라는 바둑책(기보와 묘수 풀이집)을 만들었는데, 거기서 그는 바둑판과 천문, 역학의 관계를 언급하고 있다.
바둑판 구궁의 방위와 24절기(적정록 삽화)
또 중국 원나라 시대에 출간된 바둑의 고전古典 <현현기경玄玄棋經>에는 바둑판을 우주론적으로 분석하여, 바둑판의 361로路(19X19) 중에 바둑판의 중심인 천원天元은 숫자 1, 나머지 360로路는 주천지수周天之數, 바둑판 사분면四分面의 90로路(즉 360의 4분의 1)는 각각 사계절, 바둑판의 네 모서리 외곽선상의 72로路는 72절후를 각각 상징한다고 보았다.
사실, 바둑판을 분석해 보면 그 속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천문의 이치가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은 그 예들이다.
바둑판과 계절의 순환
바둑판 상의 12궁과 28수
바둑판과 일곱 행성
바둑판과 천동설 우주 모델
바로 위 그림은 천동설에서 주장하는, 지구를 중심으로 한 천체의 궤도이다. 이것은 동심원으로 표현된 생명나무라 할 수 있다. 즉 지구는 말쿠트, 달은 예소드, 수성은 호드, 금성은 네차흐, 태양은 티페레트, 화성은 게부라, 목성은 헤세드, 토성은 비나, 황도궁은 호크마, 원동천은 케테르에 각각 해당된다.
바둑기원의 역학설과 천문설은 한마디로 바둑판 우주론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우주의 실상을 깨달은 고대의 성인들이 상象과 수數로 우주 운행의 법칙을 표현하기 위해 바둑판을 만들었고, 따라서 바둑판 속에 우주법칙이 담겨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바둑판은 우주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바둑판 - 보편적 우주 심벌
바둑 기원과 관련해서 주장되는 역학설과 천문설은 주로 동양 철학과 관련된 해석과 분석이다. 하지만 바둑판 속에는 역학이나 천문의 이치만이 아니라 불교, 요가, 카발라, 연금술 등 다양한 형이상학의 원리들이 담겨 있다.
그것들 역시 바둑 우주론에 포섭됨은 물론이다. 따라서 바둑판 속에는 동서양의 모든 우주론이 표현돼 있다 할 것이다. 다음은 그에 대한 간단한 예들이다.
바둑판 상의 생명나무(키르허 모델)
바둑판과 만다라 1
바둑판과 만다라 2
우주의 문과 상징 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물질계가 현상의 세계라면 고차원계, 영계는 본질의 세계이다. 바둑판은 3차원 현상계에 드리워진 본질의 그림자, 고차원 영적 세계의 그림자이다. 따라서 바둑판은 우리로 하여금 본질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3차원의 실물은 복잡해도 그것이 드리우고 있는 그림자는 단순하다. 마찬가지로 본질의 세계를 투영하고 있는 바둑판도 단순하다. 그저 가로선과 세로선의 교차로 만들어진 격자 문양일 뿐이다.
하지만 그림자를 세밀하게 분석함으로써 3차원의 원상을 추론할 수 있듯이 다양한 각도에서 바둑판을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고차원 우주의 실상과 우주법칙이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한 여자가 길가에 서 있고, 그녀의 뒤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여자는 3차원적 존재이고 그림자는 2차원적 존재이다. 2차원의 관점에서 볼 때 길거리에 서 있는 여자는 본질이고 바닥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현상이다.
땅바닥에 드리워진 그녀의 그림자는 뭉실한 먹구름처럼 단순한 형상에 불과하지만 실제의 상은 그렇지 않다. 그녀의 얼굴은 아이쉐도우와 립스틱으로 칼러풀하게 치장돼 있고 그녀의 패딩 코트 속에는 터들 롱티셔츠가, 다시 그 속에는 란제리가 있어 몸을 겹겹이 감싸고 있다.
이 모든 세부 사항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림자의 다양한 측면들을 관찰해야만 한다. 바둑판 상에서 그것들은 격자무늬 속에 포함된 다양한 기하학적 심벌들에 해당된다. 필요하다면 바둑판의 규격을 확장시켜서라도 (예를 들어 19X19에서 25X25로) 세부적인 기하학적 패턴들을 발견해야만 한다.
19X19 바둑판을 확장시킨 25X25 바둑판
(생명나무의 세부적인 기하학 패턴을 고찰할 수 있다)
그랬을 때 여자의 패딩 코트 만이 아니라 그 안의 롱티셔츠와 란제리까지 감지해 낼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그림자(바둑판)의 분석을 통해 실상에 점점 더 가까이 접근해 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림자(바둑판)의 분석을 통해서도 끝까지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림자를 분석함으로써 여자가 걸친 옷들과 바디 라인까지는 알 수 있다. 하지만 끝까지 여자의 몸 속은 알 수 없다. 여자의 진정한 본질은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이나 몸의 라인이 아니다.
본질의 세계는 의식의 변환을 통해 직접 탐사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바둑판은 그러한 의식 변환을 일으키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명상할 때 사용하는 얀트라(명상의 보조 도구로 사용되는 기하학적 심벌)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바둑판은 수많은 심벌들이 나오는 모체이다. 반상의 격자들을 여러 각도에서 선으로 연결할 때 드러나는 다양한 영적 심벌들은 우리의 의식을 본질의 세계로 투사시켜 준다. 그 심벌들은 자체로 보이지 않는 본질의 영적 세계로 통하는 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들을 얀트라로 사용해서 명상하면 우리는 초월의식을 경험할 수 있다. 이렇게 심벌을 통해 의식의 초월, 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요가를 ‘상징 요가’라고 한다.
얀트라의 한 예(메타트론 큐브 1)
얀트라의 한 예(메타트론 큐브 2)
그런데 만일 2차원 존재들이 상징 요가를 한다면 그들은 그림자를 통해 추론했던 여자의 옷이나 몸매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놀랍게도 그녀와의 합일에서 오는 희열을 얻게 된다.
3차원의 존재들인 우리 입장에서 볼 때 그 희열은 신과의 합일에서 오는 황홀경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 모든 탐구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거머쥐고자 하는 본질 중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여자의 그림자 속에 이런 상상도 못할 놀라운 본질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2차원 세계의 일반인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단순한 가로세로 선의 교차로 이루어진 격자무늬 바둑판이 신과의 합일에 이르는 문, 경이로운 본질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대천사 메타트론
물질계의 용어로는 영적 세계의 실상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오로지 본질의 그림자인 심벌을 통하는 방법밖에는. 바둑판은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영적 심벌로, 그 안의 기하학적 패턴들 속에는 대우주와 소우주의 신비들을 알려주는 메시지가 감추어져 있다.
처음 바둑판을 만든 존재는 비밀을 좋아해서 비밀을 만든 것이 아니다. 초월 의식 속에서 본 영적 세계의 실상을 그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바둑판은 원초 우주의 심연이 3차원계에 드리우고 있는 그림자이다.
바둑판은 우주 심벌의 매트릭스이다. 이 바둑판을 통해 의식의 변환을 체험할 때 우리는 그것이 단순한 유희의 도구가 아니라 본질 속으로 들어가는 문임을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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